개원 102주년 기념사

 우리는 우리의 증조 증조 증조할아버지 할머니의 자손들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후손의 증조 증조 증조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반만년 역사 속,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02년 전 성소병원이 시작되었다는 1909년은 어떤 때였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1910년 韓日合邦으로 나라를 완전히 빼앗기기 한 해 전입니다. 합병되기 10년 전부터, 아니 이미 500년, 300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外侵의 사격권 내에 들어 있었습니다. 1335년 조선 건국 이래 계유정란, 무호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임진왜란, 병자호란, 홍경래의 난, 임오군란,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 끊임없는 정쟁과 외적의 침탈로 잠시도 나라가 평안할 때가 없었습니다. 그 史實의 根本에는 나라 지도자들의 사색당파로 물고 뜯고 죽이며 나라가 탈진한 가운데 100년 大計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은 탓입니다.  

  성소병원이 안동에 터를 잡기 전후에, 안동 법흥동 임청각에서 태어난 백광 이운형 목사님이 중심이 되어 이 지역 儒林社會에 여기저기에 기독교회가 들어서고 있을 때입니다. 退溪 李滉의 11대 孫인 響山 李晩燾선생은 안동 예안 율리마을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 독립운동을 주도하셨는데, 1910년 한일합방의 소식을 전해 듣고 단식으로 자결하였습니다. 안막동에 그 애국지사의 響山古宅이 보존돼 있습니다. 백성들이 나라를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비통해 있을 때, 우리가 흔히 無醫村診療를 하듯 미국 선교사들이 진료를 시작한 것이 성소병원이 된 것입니다.

  제가 말씀 드리려는 것은 外侵이 문제가 아니라, 環境變化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不實함, 우리들의 不實함이 패망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시의적절한 분명한 대안이 없는 나라나 공동체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 성소병원의 효시가 미국 선교사들의 입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며 감사한 일입니다. 어느 한 개인이 자기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봉사정신에 터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경상북도 북부지역에 현대의학의 관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우리의 자랑거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손에 넘겨진 성소병원은 잠시 불 일듯 성장했었지만, 역시 오래 가지 못하고 스스로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었던 것입니다. 거기에는 분명한 원인들이 있었습니다. ‘맡은 자가 충성을 구하지도, 충성을 다 하지 못한 까닭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아이城을 패망하게 한 아간의 노략질이 있었고, 초대교회의 아나니아와 삽비라와 같은 돈 빼 먹은 거짓 청지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성소병원은 명성교회의 후원으로 도도히 다시 일어나는 듯합니다. 무거운 짐을 싣고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디젤 트럭과 같습니다. 오르막에 머뭇거리면 다시 오르기 어려워집니다. 잘 못하면 뒤로 미끄러져 내릴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醫療環境은 우리 앞을 가로막은 泰山峻嶺  茶馬古道와도 같습니다.

  지금 우리 성소병원이 있는 곳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殉國한 많은 선조들이 묻혀 있는 성스런 고장 安東입니다. 한편 이기심에 가득 찬 무리들이 섞여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단물 빠진 껌을 씹듯 102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할 것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거는 우리의 것이 못됩니다. 바로 지금과 앞으로 전개되는 時間만이 우리 것입니다.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경영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地域民을 위하여 殉國 殉敎의 정신으로 헌신하는 병원으로 굳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이 합심하여 겸손한 청지기가 되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갈 길을 열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2011. 10, 05

안동성소병원  박   승   국 의료원장